현대자동차가 부진한 미국 시장에서 국면 전환에 나선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개발을 앞세워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HMA)장(사진)은 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 법인에서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SUV 모델을 내놓아 올해 판매량을 전년보다 4.5%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부진했다. 2017년 판매량은 68만5555대로 2016년 판매량(77만5005대)에 비해 11.5% 감소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긴 했지만 감소율은 1.8%였다. 전체 시장보다 현대차의 판매 감소폭이 10%포인트 가까이 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새로운 SUV 출시는 당장 판매량 회복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면에서도 중요하다. 지난해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을 포함해 SUV 판매 비중은 65%이고 세단 승용차는 35%다. HMA는 세단이 64%, SUV가 36%다. 시장 흐름과 정반대인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차 SUV는 싼타페, 투싼 등 3종에 불과하다.
HMA는 일단 상반기에 소형 SUV 코나를 내놓는다. 코나는 다음 달 열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광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반기에는 신형 싼타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법인장은 “일단 올해 SUV 판매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HMA는 2020년까지 코나보다 작은 소형 SUV, 중대형 SUV, 프리미엄 SUV 등 총 8종의 SUV를 내놓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9일 기자를 만나 “미국 시장에서 SUV 쪽으로 잘하면 작년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개발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던 픽업트럭에 대해 현대차는 개발을 공식화했다. 픽업트럭은 사실상 미국에서만 팔리는 차량이라 현대차가 개발하는 게 이득인지에 대해 내부에서 찬반이 팽팽했다. 이 법인장은 “도심형 소형 픽업트럭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본사에 개발을 요청했고 현재 승인을 받은 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해외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가 미국에 가장 먼저 적용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 법인장은 “과거에는 본사 방침에 따라 많이 팔아야 하는 차가 정해졌다면 앞으론 미국 현지 사정에 맞춰 잘 팔릴 만한 차를 많이 생산해서 파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재 평균 3.5개월 치인 재고량을 2019년에는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HMA는 상반기에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망을 일반 현대차와 분리할 계획이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