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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우리 산업 파괴”... 정부-재계 갈등할 때 아니다

트럼프 “한국, 우리 산업 파괴”... 정부-재계 갈등할 때 아니다

Posted January. 19, 2018 08:53   

Updated January. 19, 20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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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며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며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이 다음달 초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은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 3년간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 중 세이프가드의 적용을 받는 연간 108만 대의 매출액 절반이 잘려나갈 것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미 통상법 232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조항은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입 활동에 대해 수입량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린다'는 내용이어서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농수산물 추가 개방, 자동차 관세 인상 등이 쟁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까지 벌어지면 한국에 엄청난 파고(波高)가 닥칠 것이다.

 미국 통상당국이 제기한 이슈들은 자국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해 협상 의제를 삼으라고 요구한 것들이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한국 정부도 미국 기업의 카운터파트인 재계와 손잡고 대응논리를 마련해나가야 한다.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와 재계가 함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강경책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통상전략을 숙의할 분위기인가. 정부가 재계를 길들이기 대상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이인삼각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을 헤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