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집단학살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무려 600만 명. 유럽에 사는 유대인 10명 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한 독일 사업가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졌으나 당시 나치에 용기 있게 맞선 의인은 쉰들러 만이 아니었다.
▷폴란드의 간호사 이레나 센들러는 2500명의 아이들을 바르샤뱌 게토에서 구출하는데 앞장섰다. 영국 정보요원 프랭크 폴리는 베를린에서 영국대사관 여권담당으로 일하며 유대인 탈출을 적극 도왔다. 스웨덴의 외교관 라울 월렌버그(raoul wallenberg)는 헝가리에서 스웨덴 여권을 발급함으로서 구출에 힘을 보탰다. 그제 홀로코스트의 날을 맞아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들을 이름 없는 영웅으로 조명했다. 73년 전 1월27일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갇혔던 유대인 포로들이 해방된 날. 유엔은 2005년 11월 이 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로 정했다,
▷대량 살육을 주도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지도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통렬한 반성을 빼먹지 않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사죄의 뜻을 밝힌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제도 반유대주의의 재출현을 우려하며 “이는 이해할 수 없고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극우 정당과 연정을 구성했음에도 “오스트리아는 가해자 중 하나였으며 사상 최악의 범죄인 홀로코스트에 가담했다”고 분명히 적시했다. “수백만 명을 살해한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 ‘진심을 다한 사죄’를 외면하는 일본의 지도자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유대인 학살의 이면에는 일상화된 증오, 악에 대한 무관심도 깔려 있었다. 그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너무 빨리 망각 속으로 보낸 것인가. 유럽 곳곳에서 분열의 정치가 부추긴 인종갈등과 극단주의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인간이 어느 정도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홀로코스트. 그 참담한 역사가 21세기에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