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일본 선수가 금지 약물 사용 혐의로 적발됐다. 이번 대회 첫 도핑 사례이자 일본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반도핑분과는 13일 일본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선수인 사이토 게이(21)가 경기 전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검사에서 나온 약물 성분은 이뇨제인 아세타졸아마이드다. 녹내장 치료제 등으로도 쓰이는 아세타졸아마이드는 다른 금지 약물이 검출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마스킹 에이전트(Masking agent·은폐제)’다. 선수들이 근육강화제 사용 등을 숨기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아 금지 약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발표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예선이 시작되는 13일 오후 7시 이전에 이뤄져 경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이토는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수 자격이 정지돼 선수촌을 떠나게 된다. 평창 올림픽 폐막 이후 나올 예정인 최종 결과에서도 양성 반응으로 나오면 사이토는 출전 정지 등 추가 징계를 받는다.
사이토는 일본올림픽위원회를 통해 “검사 결과에 매우 놀랐다. 금지 약물을 복용할 동기도 없고, 복용해 얻을 것도 없다”며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인 사건에 의해 들어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인 사이토는 일본 쇼트트랙 유망주다. 2013∼2014년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3000m 계주에서 일본이 3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평창에선 4명이 번갈아 달리는 5000m 계주의 예비선수로 출전이 예정돼 있었다. 일본은 사이토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로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건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이토는 일본에서 형제자매 3명이 모두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누나인 사이토 히토미(28)도 이번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 출전했다.
일본은 최근 금지 약물 복용 스캔들이 잦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카누 유망주인 스즈키 야스히로가 경쟁 선수의 음료에 금지 약물을 섞었던 사실이 드러나 소속 협회에서 제명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학 레슬링 선수가 금지 약물을 복용해 2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수영 선수가 도핑 양성 반응으로 7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 · 장원재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