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프랑스 파리강화회의에 처음으로 제출된 ‘프랑스어’ 한국독립청원서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존돼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파리강화회의 미국대표단 문서철’이란 이름으로 보존돼 있는 독립청원서는 수신자를 미국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으로 지정하고, 발신자를 ‘신정(Shinjhung), 김성(Kinshung)’으로 표기하고 있다.
신정(申檉)은 1910년대 한국 독립운동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꼽히는 동제사(同濟社)의 수장 신규식의 중국 이름이며, 김성(金成)은 동제사 요원 김규식의 다른 이름이다. 신규식과 김규식은 1919년 1월 25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각각 한국공화독립당 총재(President)와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 자격으로 청원서를 작성했고, 김규식은 그해 3월 한국대표 자격으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 중이던 미국 대표단 혼벡(S K Hornbeck)에게 직접 전달했다.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된 이 청원서는 일본의 음모로 부당하게 식민지가 된 한국 사정을 청취하고, 한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시켜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윌슨의 민족자결 주창과 전후처리 문제를 논의한 파리강화회의는 일본 도쿄의 2·8독립선언, 국내의 3·1운동 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번에 발견된 독립청원서의 작성 주체와 내용은 한국 독립운동사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사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독립청원서는 김규식이 여운형 등에 의해 설립된 신한청년당의 대표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했다는 그간의 통설과는 차이가 있다”며 “독립운동가 신규식과 김규식이 전혀 새로운 당을 내세우고, 두 사람 연명의 독립청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3·1독립운동사에서 이들의 활동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