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여러 가지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고생했고 지금은 치매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고통을 겪을 때마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의지는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황연대 성취상’의 시상자로 나서는 황연대 대한장애인체육회 고문(80·사진). 그는 1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황연대 성취상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를 극복한 용기로 또 다른 고통과 싸우고 있다. 황 고문은 “어떤 역경에 처해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이번에도 이겨내리라 생각한다”면서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도 후배 장애인에게 모범이 되는 젊은이들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황 고문은 한국 소아마비 여성 중 처음으로 의사가 됐다. 황연대 성취상은 20대부터 장애인 권익운동을 펼쳐온 그가 1988 서울 패럴림픽 때 약 200만 원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기부한 데서 유래했다. 이 상은 패럴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장애 극복과 도전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실천한 남녀 선수 각 1명에게 수여된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8시부터 열리는 폐회식 공개행사에서 진행된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역대 황연대 성취상 수상자 중 6명이 황 고문에게 감사패와 메달을 전달한다.
평창 패럴림픽 수상자로는 애덤 홀(뉴질랜드)과 시니 퓌(핀란드)가 선정됐다. 척추 장애를 가진 홀은 알파인스키 선수로 뉴질랜드에서 장애인 어린이 지도에 앞장섰다. 좌식 크로스컨트리스키에 참가한 피는 스키 선수 생활을 하다가 17세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2회 연속 패럴림픽에 참가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