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미국 백악관에 전했다. 한국의 대북 특사가 백악관을 직접 찾아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정상회담 의향 등의 방북 성과를 브리핑한 것처럼 중국이 백악관에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브리핑하고 한반도 문제 중재자로 다시 나섰다.
○ 이번에 중국이 ‘북한 메신저’ 나서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떠난 이후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이를 확인했다. 백악관은 새러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화요일 일찍 백악관에 연락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 우리에게 브리핑을 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에 앞서 정례 브리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보고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많은 분야의 최신 동향을 잘 따라잡고 있다”고 답변했다. 전날 라지 샤 부 대변인이 김 위원장 방중설 보도와 관련해 “우리는 그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 그 보도가 꼭 사실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톤이었다. 이날 오후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방문에 대해 중국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답해 중국 정부가 국무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백악관에 브리핑을 했거나 오후 늦게 백악관에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 정상회담 앞두고 다시 껴안은 북중
백악관은 “브리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개인적 메시지가 포함됐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밝혔지만 개인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나 중국의 역할 등 북미 정상회담 관련 비공개 메시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반도 대화 무드에서 소외되다시피한 중국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세게 끌어당겼을 가능성도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정황을 직접 듣기 위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강요하다시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등장이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과 북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호아킨 카스트로 의원(텍사스)은 볼턴 내정자 임명에 대해 “이 행정부와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가 실패하면 전쟁을 하려고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베른트 베르거 독일 외교협회 아시아 수석 연구원은 “군사 옵션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오자 북한은 협상 전 과정에서 더 강력한 중국이 필요해졌다”고 분석했다.
○ 비핵화 향한 최대한의 압박 약화 우려도
백악관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최대한의 압박 작전이 북한과의 적절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로 본다”고 평가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복원하면서 제재 완화나 추가 제재 무력화에 나설 경우 최대한 압박 작전의 전열이 흐트러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예정된 대화에 앞서 ‘중국이 북한 편으로 돌아온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막 보냈다”며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제재를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미국의 군사행동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데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북중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이나 그 동안 일관되게 주장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비핵화 로드맵을 들고 나올 경우 미국이 허를 찔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용 parky@donga.com ·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