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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휘젓던 록 밴드가 돌아왔다

Posted June. 01, 2018 08:08   

Updated June. 01, 20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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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이수진 씨(35)는 요즘 ‘오빠들’ 공연 갈 생각에 설렌다.  ‘그럴 땐 나를 생각해/너 초라해진대도…’ ‘그대 곁에는 내가 있잖아/병든 세상은 무너져 가지만…’.  ‘너 그럴 때면’ ‘아가페’의 가사를 외며 ‘떼창’도 준비 중이다.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3일 열리는 록 밴드 ‘이브’(1998년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위해서다.

 “이브의 보컬 김세헌 씨가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밴드 ‘걸’로 활동할 때부터 팬이었어요. 고교 졸업과 함께 잊고 살다가 얼마 전 TV에 나온 걸 보고 다시 마음에 불길이 일었죠.”

 규모가 꽤 큰 이번 콘서트는 31일 현재, 티켓이 거의 동났다. 이 씨는 혼자 가지 않는다. ‘고3 크리스마스이브에 김경호 콘서트에 가서 긴 머리 풀고 헤드뱅잉을 같이 했던 친구와 함께’다.

 이브, 김경호(1994년·이하 데뷔 연도), K2(1995년), 에메랄드캐슬(1997년)….

 1990년대 주류 가요계에서 활동한 록 밴드들이 공연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히트시킨 고음 록 보컬 김경호는 10년째 전국투어를 돌고 있다. 올해도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을 시작으로 순회공연을 한다. ‘그녀의 연인에게’ ‘유리의 성’으로 이름난 K2(김성면)는 ‘발걸음’의 에메랄드캐슬과 1월 서울 합동공연 ‘두 개의 성’을 열었다. 2일에는 제주에서 공연을 열며 전국으로 무대를 넓혀 간다.

 이들의 전성기는 아이돌 그룹 태동기와 겹친다. H.O.T.(1996년), 젝스키스(1997년)가 거대한 팬덤을 형성한 시기 록 팬덤은 아이돌 팬덤에 가려 덜 조명받았다.

 지금 ‘그때 그 밴드’들의 공연시장 선전을 견인하는 이들이 당시 10대였던 30대 회사원들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브 20주년 콘서트 예매자 가운데 82.6%가 30대다. K2-에메랄드캐슬 제주 공연은 30대(50%)와 40대(35%)가 주로 예매했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당시에는 TV 가요 프로그램에 다수의 록 밴드가 아이돌 그룹과 섞여 출연했고, 록 음악가가 아이돌에 비해 음악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조용하지만 강한 충성도를 형성했던 팬덤이 취업 후 티켓 구매력까지 갖추면서 공연장에 다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임희윤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