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골로빈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후반 인저리타임에 탄성을 자아내는 프리킥 골을 집어넣었다. 이 맛에 축구를 본다. 축구팬으로도 유명한 외교학자 헨리 키신저는 축구를 발레에 비유하곤 했는데 축구 선수의 발동작이 발레리나의 발동작만큼이나 섬세하다는 얘기다. 환상적인 드리블, 정교한 패스, 절묘한 프리킥 모두 섬세한 발동작을 필요로 한다.
▷과거 펠레나 마라도나부터 오늘날 메시와 네이마르까지 세계 최고 기량의 드리블과 패스 능력을 갖춘 선수들은 대개 프리킥도 잘 찬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프리키커를 꼽으라면 역시 세르비아의 미하일로비치다. 그는 프리킥으로만 한 경기 3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한 역사상 유일한 선수다. 과거 잉글랜드의 베컴도 감기는 궤적이 큰 프리킥을 잘 찬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당시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베컴이 프리킥을 잘 차기는 하지만 미하일로비치에 비교하는 건 실례”라고 말한 바 있다.
▷근래 들어 프리킥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것이 무회전 킥이다. 무회전 킥은 회전이 없어 공과 공기 사이의 마찰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고 따라서 볼의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 골키퍼로서는 눈앞에서 볼이 툭 떨어지거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호날두가 위력적인 무회전 프리킥을 종종 선보이고 있다. 한국 팀에도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손흥민과 정우영 선수가 있다. 18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부터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번 월드컵에는 이집트의 무함마드 살라흐가 단연 주목받는 신예다.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으로 2017∼2018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한 선수다. 다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입은 부상에서 회복됐는지가 변수다.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에즈만,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독일의 티모 베르너도 최고의 골 감각을 보여준다. 메시 호날두 네이마르 등 전설급 선수만이 아니라 신예 스타의 활약까지 눈여겨본다면 더 흥미로운 월드컵이 될 것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