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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NO”하는 멜라니아

Posted June. 20, 2018 07:18   

Updated June. 20, 201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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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조용한 퍼스트레이디였다. 민주화운동 때도 서울 상도동을 찾는 이들에게 밥상을 차려줄 뿐 세상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동갑인 남편에게도 늘 깍듯하게 존대했다. 그런 손 여사도 YS의 고집을 꺾어야 할 때면 작심하고 ‘반말 담판’을 벌였다. 저녁상을 물린 뒤 손 여사가 “니, 이리 온나!” 하고 내지르면 YS는 꼼짝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7일(현지시간) 남편의 반(反)이민 정책 중 ‘부모-자녀 격리 지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성년 자녀와 함께 밀입국하다 적발되면 부모는 처벌하고 자녀는 창고나 텐트촌에 격리해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에 대해서다. 최근 6주 동안 2000여 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아동인권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멜라니아는 “이 나라가 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1호 지지자’의 쓴소리는 즉각 비판 여론에 힘을 실어줬다.

 ▷멜라니아는 지난달에도 무소불위의 남편에게 한 방 먹였다. 어린이를 위한 캠페인 ‘최고가 되자(Be best)’를 발표하면서 “온라인에서 단어를 현명하게 선택하고,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는 마음을 갖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자”면서 소셜미디어 예절 문제를 짚었다. 이 말은 그대로 트럼프의 ‘트위터 폭주’에 적용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면전에서 저런 훈계를 하고도 무사한 사람은 멜라니아뿐일 것”이라고 했다.

 ▷퍼스트레이디의 활동에 관대한 미국에서도 대통령 부인은 종종 ‘입 다물기’를 요구받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실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복지 개혁법에 반대했지만 지지하는 척 했다. 그럼에도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의 ‘영원한 야당’이 되어주기를 국민은 바란다. 참모가 대통령에게 직언하려면 직(職)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섣불리 ‘노(NO)’라고 하지 못할 때 대통령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퍼스트레이디의 존재 이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