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네이마르 시뮬레이션 조롱거리

Posted July. 04, 2018 08:37   

Updated July. 04, 2018 08:37

中文

 노란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구른다. 축구공 볼링공에 합성돼 구르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들과 함께 구른다. 멕시코와의 16강전 이후 조롱의 대상이 된 네이마르의 얘기다. 네이마르는 2일(이하 한국 시간) 멕시코전에서 미겔 라윤에게 발목을 밟힌 뒤 보인 반응으로 ‘엄살 논란’에 휩싸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네이마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엄살(?)’의 빌미는 라윤이 제공했다. 후반 27분 라윤이 그라운드에 앉아있는 네이마르 쪽으로 다가가 공을 줍다 네이마르의 발목을 밟았다. 네이마르는 밟힌 오른쪽 발목을 잡고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뒹굴었다. 주심이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비디오판독(VAR) 심판의 의견을 물었으나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해 경기를 속행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 같던 네이마르는 잠시 뒤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라운드를 누볐다.

 밟힌 강도에 비해 과한 액션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네이마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가 끝난 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은 “축구의 수치다. 축구는 누워서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경기”라며 네이마르를 강하게 비난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BBC 해설위원 코너 맥나마라는 “마치 악어에게 물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것 같다”며 비꼬았다. BBC는 1골 1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끈 네이마르에게 양 팀 통틀어 최하점인 평점 4.76점을 줬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의 축구 스타일은 무엇보다 나를 부상 입히고 약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멕시코의 거친 플레이에 불만을 드러냈다. 라윤이 밟은 네이마르의 오른쪽 발목은 불과 5개월 전 부상당한 부위다. 완전히 회복돼 복귀한 지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2월 네이마르는 마르세유와의 리그1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해 일어서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틀 뒤 발목 인대 염좌와 중족골(발목과 발가락 사이의 뼈) 골절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네이마르의 월드컵 불참을 우려한 브라질축구협회는 주치의를 파리로 파견해 네이마르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부상의 악몽은 4년 전에도 네이마르를 덮쳤다.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생애 첫 월드컵에서 네이마르는 8강전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와 충돌해 척추 부상을 당했다. 조별리그에서 4골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활약하던 네이마르는 이 부상으로 즉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이후 4강에서 독일을 만난 브라질이 1-7이라는 역사에 남을 스코어로 무너지는 모습을 병원에서 지켜봐야 했다. 당시 네이마르는 이를 두고 “내 인생 최고의 시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마르의 ‘엄살’은 분명 비신사적 행동이지만 그에게 파울을 동반한 집중 견제가 쏟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 10개의 파울을 당하며 무득점에 그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이번 월드컵 첫 골을 넣은 뒤 경기장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브라질의 에이스’가 받는 심리적 부담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네이마르는 SNS를 통해 눈물의 의미를 “내가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내 눈물은 기쁨과 난관의 극복, 그리고 승리를 향한 열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