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정 지지율 취임 직후 수준 회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초기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조사 결과가 12일 나왔다. 올 초만 해도 “민주당에서 누가 나와도 트럼프의 재선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있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기 대선까지 아직 1년 5개월이 남은 시점에 워싱턴 정가에선 “현재 분위기라면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　트럼프 지지율 취임 직후의 43.3% 회복

　6일 이후 실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 조사치 평균은 44.3%로 2017년 1월 20일 취임 일주일 뒤 평균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연루 의혹 등으로 지난해 12월 15일 최저치인 37.3%까지 떨어졌지만 감세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정책과 대북정책 성과 등으로 인기를 회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큰 파장을 몰고 오는 변화를 주도해 와 재선 여부는 일찍부터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당내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비난에 앞장섰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최근 연설에서 “경제성과를 감안하면 트럼프가 쉽게 공화당 후보가 된 뒤 확고하게 재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재선에 힘을 보탤 거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NBC가 4월 발표한 공동설문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 중 4%만 ‘지금 다시 선거한다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 중에는 15%나 같은 답을 했다. 트럼프 지지자 절대 다수가 여전한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 인맥이 두꺼운 칼라스 로템 변호사는 “반(反)이민 정책과 보호무역, 신고립주의 외교, 연방정부 부채 감축 등은 트럼프이기에 가능하다는 믿음이 백인 중산층에 굳건하다”고 설명했다. 백인 유권자 비율은 67%나 된다.

○　오프라 윈프리는 불출마 선언

　민주당 주자들이 변변치 않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WP가 자체 분석해 6일 보도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15명’ 리스트에는 낯익은 기존 정치인 이름만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위였고, 엘리자베스 워런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뒤를 이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은 4위였다.

　비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가 15위에 올랐다. 윈프리는 1월 미국 PBS방송의 차기 대선 가상대결에서 50% 대 39%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지만, 그나마도 2일 패션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정치판에서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존에 선택한 것을 쉽게 바꾸지 않는 ‘심리 기저’가 차기 대선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사회학연구소의 무사 알가비 연구원은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역사를 보면 큰 과오를 범하거나 시대 흐름을 주도하는 새로운 인물이 상대로 나서지 않는 한 기존 대통령이 재선하는 흐름, 즉 ‘디폴트 효과(default effect)’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　탄핵 여부가 변수

　지난 대선 때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해 화제가 됐던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첫 임기 중 탄핵될 거라는 기존 예측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중간선거 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의혹에 연루됐다는 증거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 소환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로 수사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원 과반과 상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대통령 탄핵은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11월 중간선거 결과에서 여소야대로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