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능력에 미모를 겸비한 CIA 정예요원 에블린 솔트. 한데 그 자신이 러시아 스파이로 지목받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한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조직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솔트. 과연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인가, 이중 첩자인가.
▷할리우드 영화 ‘솔트’에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어린 시절 특수훈련을 받고 미국에 심어놓은 러 비밀공작원으로 등장한다.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치밀한 신분세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산층의 삶으로 스며들게 한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진짜 스파이가 있다. 2010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안나 채프먼. 러 해외정보부(SVR) 소속으로 90년대 미국에 이주한 뒤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며 뉴욕을 무대로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와 함께 체포된 이들 중 미국에서 위장 부부로 살면서 자녀를 낳아 기르는 스파이 커플도 여럿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해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냉전시대 이후 처음으로 채프먼을 포함해 스파이들을 맞교환했다. 올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피해자 세르게이 스크리팔도 그때 러 정부의 사면을 받고 서방에 돌아온 4명 중 한 명. 최근 새로운 미녀 스파이가 FBI에 체포되면서 세상을 또 한번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 DC의 유학생 마리아 부티나(29)가 그 장본인.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알렉산더 토르신 현 중앙은행 부총재의 특별보좌관 출신으로 2014년 여행비자로 미국에 오면서 활약을 시작했다.
▷채프먼도 부티나도 첩보활동의 가장 큰 도구로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매력적인 외모와 젊음을 십분 활용했다. 부티나는 국가조찬기도회와 전미총기협회 등을 통해 보수적 정치권과 정책결정 그룹의 침투활동에 주력하고 성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 분열을 부추키기 위해 보수-진보 갈등을 파고드는 러시아, 은밀하고 교묘하게 암약하는 미녀 첩보원들을 끈질기게 추적해 밝혀낸 미국, 두 나라 첩보기관의 두뇌싸움은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와 무관하게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