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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Posted July. 25, 2018 07:58   

Updated July. 25, 20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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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뱀이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우리도 실존의 위기에 처하면 마음의 한쪽을 잘라낸다. 살기 위해서다.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서른한 살에 나폴레옹 전쟁을 소재로 쓴 중편소설 ‘아듀’는 위기 상황에서 방어기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러시아군에 포위당한 프랑스군이 살 길은 베레지나강을 건너는 길밖에 없었다. 필리프 드 쉬시 소령은 병사들을 득달해 ‘노아의 방주’를 급조했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는 연인 스테파니 드 방디에르 백작부인과 그녀의 남편 자리를 가까스로 마련해 배에 태웠다. 백작부인은 뒤에 남은 연인을 향해 눈물로 작별인사를 했다. “아듀!”

 그런데 배가 강을 건너다가 급격히 요동치면서 가장자리에 서 있던 백작이 강물로 떨어지고, 강물에 떠내려 오던 얼음덩이에 백작의 목이 잘려 공처럼 날아갔다. 그녀는 그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다. 연인도, 남편도, 심지어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아듀라는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했지만 거기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기억들을 잘라내고 미쳐야 했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값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 필리프는 우연히 백작부인을 만나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사탕을 주면 좋아라하는 백치 아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고심 끝에 옛날의 급박한 상황과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연출했다. 그녀의 의식을 돌려놓기 위해서였다. 그의 바람대로 그녀가 의식을 찾고 그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의 품에 안기는 순간, 그녀의 몸이 벼락에 맞은 것처럼 축 늘어졌다. 그녀의 입에서 희미한 작별의 말이 흘러나왔다. “사랑해요. 아듀.” 그녀를 죽인 것은 꼬리를 내어주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도마뱀을 그 현장으로 돌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랑을 빙자한 남자의 이기심이었다. 그것은 이따금, 상처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폭력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들이미는 우리들의 서글픈 모습을 닮았다.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