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이들이라면 한 개쯤 기념품으로 갖고 있을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이 기와가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경북 군위군 법주사 괘불도, 충남 예산군 대련사 비로자나불 괘불도, 경북 상주시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경선사’명 청동북, 장철 정사공신녹권 등 6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는 일제강점기 때 경주 영묘사 터(현재 사적 제15호 흥륜사지)에서 출토됐다. 1934년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田中敏信)가 경주의 한 골동상점에서 구입하면서 일본으로 반출됐지만 고 박일훈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1972년 10월 국내로 돌아온 환수문화재다. 틀을 이용해 일률적으로 찍는 일반적인 기와 생산 방식과 달리 손으로 직접 빚었다. 지름 11.5cm, 두께 2cm 크기로 왼쪽 하단 일부가 사라졌지만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가 두 뺨의 턱 선과 조화를 이룬다. 수막새는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한 둥근 형태의 와당이다. 문화재청은 “기와 유물이 단독으로 보물로 지정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의 정밀 조사를 통해 새롭게 가치가 알려진 괘불도 3건도 눈에 띈다. 괘불도는 영산재, 천도재 등 대규모 야외 불교의식을 위해 만든 대형 불화다. 1750년에 제작된 예산 대련사 비로자나불 괘불도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에 두고, 문수·보현 보살 등을 상하로 그려 넣은 오존(五尊) 형식을 취하고 있다. 19세기 이전에 그린 비로자나불 불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오존 구도 또한 유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찰 의례 때 사용한 ‘경선사’명 청동북은 13세기 고려시대의 청동북 중 기년명(紀年銘·제작 연대를 밝힌 명문)이 있는 독특한 유물이다. 경선사는 고려 때 지어진 절이지만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 평정에 공을 세운 중추원부사 장철(1359∼1399)에게 발급한 공신녹권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확인된 정사공신(定社功臣)녹권으로 역사·국어학·서지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