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8km를 홀로 뛰었지만 케네디 키프로프 체보로르(28·케냐)에게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30km 때부터 개인 최고기록이 나왔다. 컨디션이 괜찮아서 그때부터 스퍼트를 했다. (첫 국제대회 우승이었던) 3월 충칭 대회 때도 막판에 혼자 달린 경험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개인 최고기록으로 우승을 할 게 확실시돼서 매우 기쁘게 달렸다.”
최근 2년간 이 대회 챔피언 자리를 지켰던 필렉스 키프로티치(30·케냐)가 자리를 비웠고 한국 귀화 후 처음 출전한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케냐)는 대회 2주 전 아킬레스건 부상의 여파로 전력을 쏟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2시간 5분대 개인 최고기록을 보유한 마크 코리르(30·케냐)에게 쏠렸다. 하지만 35km 구간부터 깜짝 스퍼트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온 체보로르가 2위와의 간격을 더욱 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1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8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지난해 6위(2시간9분43초)를 차지했던 체보로르가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2시간8분26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첫 방문이었던 지난해 경주 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체보로르는 두 번째 경주 방문에서 또 한 번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우승까지 차지하며 경주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갔다.
체보로르는 “올 때마다 느끼지만 경주 날씨가 정말 좋다. 작년에 경험한 코스나 기온, 날씨에 맞춰 훈련한 게 도움이 됐다”며 “내년에는 2시간6분대 기록이 목표”라고 말했다. 3월 충칭 대회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두 번째, 한국에서는 첫 우승을 거둔 체보로르는 우승상금 5만 달러(약 5600만 원)를 받게 된 소감을 묻자 “일곱 살 된 아들과 가족을 위해 먼저 쓰고 남는 건 훈련비에 보태겠다”며 웃었다.
90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 현장에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박차양 배진석 경북도의원, 김동해 경주시의회 부의장, 최귀돌 경주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진장옥 대한육상연맹 부회장, 배기환 경주경찰서장, 안태현 경주소방서장,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이사가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한편 귀화 후 첫 레이스였으나 이날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한 에루페는 28일 공주백제마라톤 10km에서 마스터스 참가자들과 ‘즐기는 달리기’를 함께하며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임보미 bom@donga.com ·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