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반유대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엄숙한 추모 분위기 속에 일정이 진행됐지만 평소 분열적인 언사를 남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범죄’로 인해 희생된 피해자들을 추모할 자격이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 유대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참사가 일어난 ‘트리 오브 라이프’ 회당에 소속된 랍비의 안내를 받으며 추모했다. 회당 안에서 18분간 머무른 트럼프 대통령은 앞마당에 마련된 희생자 11명을 상징하는 나무로 만든 ‘다윗의 별’ 표식에 작은 돌멩이와 하얀 장미를 바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츠버그대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1000여 명의 시민은 ‘트럼프, 집에 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 추모 행사에 동행하기를 거부한 리치 피츠제럴드 앨러게이니 카운티장은 지역지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에 “(피츠버그 시민은) 지나친 외부 영향이 추모를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말고) 다음 주 중에 왔으면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피츠버그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추모 행사에 동행하는 것을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피츠버그에 머무른 4시간 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공개발언을 삼가는 등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 USA투데이는 “대통령의 방문은 조용하고 극적인 장면 없이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