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대북 제재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다 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에 김 위원장의 답방은 좀 더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118분 동안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추상적인 합의에 머물렀기 때문에 2차 회담에서는 그에 대한 반성에 입각해서 서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 보다 분명한 합의들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의 폐기나 미사일 생산라인, 다른 핵 단지들의 폐기 등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고 신뢰가 깊어지면 전반적인 (핵 시설) 신고를 통해 비핵화 프로세스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 전달된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오랜 적대와 불신의 시기가 있었고 합의가 파탄 났던 그런 경험들이 있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말해도 미국이 말하는 CVID(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다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관련해 “비핵화 프로세스에 따라 연동되어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와 주한미군 지위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시 일본과 괌 등에 배치된 미군의 전략자산이 철수될 가능성에 대해선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 대화의 상응 조건으로 연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지난해 악화된 고용 지표를 언급하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고 아픈 점”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기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경제는 바로 혁신에서 나온다”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같은 전통 주력 제조업에도 혁신의 옷을 입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를 향해선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또 다른 경제 부문에 주름살을 미쳐서 오히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종국에는 노동자의 고통으로 온다”며 “그런 점에 대해 노동계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