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번째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첫 라운드.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와 ‘필드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사진)가 공동 선두(6언더파)에 나섰다. ‘깜짝 선두’로 평가 절하하기에는 두 선수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켑카는 까다로운 유리 그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게다가 켑카는 통산 5승 중 3승(2017년 US오픈, 2018년 US오픈, PGA챔피언십)을 메이저 타이틀로 채울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하다.
파격적인 클럽 세팅(3번 아이언부터 웨지까지 모두 6번 아이언 샤프트 길이 37.5인치로 피팅)으로 유명한 디섐보는 보기 3개를 기록했지만 버디를 무려 9개나 잡아냈다. 이는 자로 잰 듯한 아이언 샷 덕택이었다. 16번홀(파3)에선 홀인원이 나올 뻔했고 18번홀(파4)에서는 196야드 거리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홀 5cm 앞에 멈춰, 탭인 버디로 첫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디섐보의 이날 홀당 평균 퍼팅 수는 고작 1.36타였다.
하지만 올해 오거스타를 찾은 골프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는 역시 ‘부활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였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 우즈는 공동 11위(2언더파)로 첫날 경기를 무난히 마쳤다. ‘마스터스 첫 라운드 2언더파’는 우즈에겐 행운의 숫자나 다름없다. 메이저 14승을 기록 중인 우즈는 마스터스 4승(1997, 2001, 2002, 2005년) 중 3차례 우승 때 1라운드를 2언더파로 마쳤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짧은 퍼팅에서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팅 모두 샷 감각이 좋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우즈는 2005년 우승 땐 2오버파로 출발하고도 정상에 올랐다. 만약 우즈가 2라운드 때 6언더파를 치면 우승 확률은 더 올라간다. 그는 1997년과 2001년 그리고 2005년 우승 때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마스터스 4승째에 도전하는 필 미컬슨은 단독 3위(5언더파), ‘장타자’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과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공동 4위(4언더파)로 리더보드 상단에 자리 잡았다.
반면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4대 메이저 타이틀 획득)에 도전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87명의 출전 선수 중 공동 44위(1오버파)로 부진했다. 버디 5개를 잡았지만 보기 6개를 쏟아냈다.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도 공동 63위(3오버파)로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시우(24)는 공동 29위(이븐파)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