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화관(洋洋畵館·동양화와 서양화를 함께 함).’
조선 왕실의 마지막 화원이자 중국과 일본에서 유학하며 근대 화풍을 도입하려 했던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 그의 꿈은 이 네 글자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일제 경찰에게 모진 고문을 받고, 그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고희동(1887∼1965)을 비롯한 후대 서화가뿐 아니라 한국적 정체성을 고민한 서양화가들에게도 이어졌다.
글과 그림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기억하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가 16일 개막한다. 전시에서는 안중식을 필두로 오세창, 이회영, 김옥균 등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서화가로 활동했던 이들의 그림, 글씨, 삽화 등 100건이 공개된다.
근대 서화의 거장 안중식의 작품이 가장 눈길을 끈다. 1915년 경복궁과 백악(북악산)의 풍경을 그린 ‘백악춘효’(白岳春曉·등록문화재 제458호)는 전시의 백미. 해태상, 광화문, 북악산의 산세를 투사도법으로 원근감을 살려 담아냈다. 1915년은 일제가 조선물산공진회(박람회)를 개최한다며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을 허물고 서양식 건물을 대거 지었을 때다. 그럼에도 안중식은 훼손되지 않은 경복궁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그림에 담아냈다.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잃어버린 조선의 봄, 다가올 조선의 봄을 꿈꾸며 그림의 제목을 ‘백악의 봄날 새벽’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존재만 알려졌던 일본 사노(佐野)시 향토박물관 소장품인 김옥균·박영효의 친필 글씨도 공개된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1867∼1932)이 그린 ‘석란도(石蘭圖)’에는 우당의 작품 중 유일하게 서명이 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00년 전 혼돈의 시대에 예술가들이 사회적 아픔, 저항정신, 밝은 미래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2일까지. 4000∼6000원. 1688-0361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