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유인 달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했다. 인류의 거주지를 화성에 짓기 위한 전 단계로 5년 내로 달에 사람을 보내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는 미국의 계획도 탄력을 받게 됐다.
베이조스는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컨벤션센터에서 언론과 우주산업 종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블루문의 착륙선을 재현한 실물모형을 공개했다. 그는 “이 놀라운 착륙선으로 달에 갈 것”이라며 “달에서는 물건을 싣고 이륙하는 데 에너지가 24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우리가 달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한 블루문은 무게만 최대 6.4t에 이른다. 최대 4대의 대형 로버(탐사용 로봇)를 포함한 장비와 화물을 채우면 최대 15t이나 된다. 달 표면에서 이륙해 사람을 우주정거장 등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엔진 재점화 기능도 갖췄다. 베이조스는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착륙선용 엔진 BE-7로 이번 여름에 첫 번째 점화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미국이 5년 내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는 계획에 맞춰 발표됐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행사에 앞서 “2024년까지 미국 우주인을 달에 보낼 것”이라며 당초 2028년으로 예정돼 있던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앞당겨 달라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측에 요청했다. 베이조스는 이에 대해 “우리는 3년 전부터 유인 달 탐사를 준비했기 때문에 계획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문의 착륙 지점은 달의 남극에 위치한 섀클턴 충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달의 남극은 얼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은 로켓의 연료와 음용수로 활용될 수 있어 인간이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BE-7은 달의 물을 분해해 수소 연료를 얻을 수 있다.
베이조스는 이날 우주에 띄울 인공 식민지를 언급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가상 중력을 갖춘 원통형의 우주거주지인 ‘오닐 실린더’나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보고 싶다”며 “이는 수백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 세대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자 제러드 오닐이 제안한 오닐 실린더는 원통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을 회전시켜 인공중력을 얻게 하는 개념상의 우주정거장이다.
조승한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