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더위는 처음입니다. 못 견디겠어요.”
25일(현지 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리옹 역 앞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가브리엘 씨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를 포함해 역 주변에 있던 많은 시민들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폭염으로 인한 각종 불편과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무려 42.6도. 역대 최고 기온이다. 1873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후 기존 최고기온인 40.4도(1947년 7월 28일)보다도 2.2도 높다. 이는 폭염으로 유명한 이집트 수도 카이로보다 높은 기온이다. 루앙(40.7도), 릴(40.5도), 트루아(41.4도) 등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전역이 ‘찜통’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유럽 국가도 비슷하다. 이날 독일 링겐(42.6도), 벨기에 클라이네브로겔(40.6도), 네덜란드 힐저레이언(40.4도) 등 곳곳이 40도를 넘었다.
폭염의 원인은 뜨거운 아프리카 공기 유입에서 비롯됐다. 다음 달에도 폭염이 이어지면 2003년 최악의 폭염으로 2주 동안 노인 등 1만5000여 명이 사망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유럽 곳곳에서 열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달 들어 50명이 숨졌다. 야외 활동을 피하고 노인과 어린이는 특히 더 주의하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한 2세 아이가 부모가 보지 못한 사이에 폭염에 과열된 자동차에 탔다가 숨졌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이 적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원래 유럽은 여름에도 더위가 심하지 않고 습도가 낮아 일반 가정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도 에어컨이 많지 않다. 기자가 이날 파리 15구 내 10군데 커피숍을 돌아본 결과 ‘미국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1곳에서만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일반 프랑스 커피숍에서는 에어컨을 찾기 어려웠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가정의 평균 에어컨 설치율은 10% 미만이다. 최근 1개월간 에어컨 가격이 40% 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폭염으로 프랑스 남부 골페슈 원자력발전소도 잠시 멈췄다. 이날 국영 전기회사 EDF는 골페슈 원전의 원자로 2기 가동을 중단했다. 냉각수 과열이 임계치를 넘은 탓이다. 독일 정부도 그론데 원전 작동을 중지시켰다. 폭염이 더 이어지면 남부 바이에른주 원자로 2기 가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