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성격이 유쾌한 편이거든요? 맛있는 것 먹으면서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어요.”
지난달 29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참사’를 겪은 김효주(24)는 과거의 아픔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계속 우승 기회가 오고 있어요. 아직 그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에비앙챔피언십 4라운드 13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며 3년 6개월여 만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던 그는 14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 턱에 박히면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이로 인해 동갑내기 친구 고진영에게 선두를 내준 그는 끝내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공동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김효주는 두 차례 시도 끝에 벙커를 벗어난 뒤 3퍼트를 했다. 차라리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으면 어땠을까. 이 경우 1벌타를 받고 벙커 안에서 볼과 홀을 연결한 후방선 2클럽 이내에 드롭하거나, 1벌타를 받고 티잉 구역으로 돌아가는 방법 등이 있었다. 김효주는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늘 같은 결정을 할 수 없는 게 골프다. 다만 그 당시에는 공의 상태 등을 고려해 충분히 벙커를 탈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지난달 30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1∼4일)이 열리는 영국에 도착했다. 그의 소속사 관계자는 “김효주가 런던에 도착해 마사지를 받고, 아버지 김창호 씨(61)가 만들어 준 한식을 먹으며 기분 전환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 상승세를 탄 김효주가 부활을 완성하는 데 있어 마지막 열쇠는 우승이다. 그는 최근 4개 대회(팀 경기 제외)에서 두 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모두 톱10을 기록했다. 평균 퍼트 수는 27.68개로 LPGA투어 1위다. 김효주는 “브리티시여자오픈도 내가 한 시즌에 치러야 할 수많은 대회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떨쳐내겠다. ‘천재 소녀의 부활’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내가 언제든지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1위에 복귀한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2013년 박인비 이후 6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3승에 도전한다. 또 그는 5위 안에만 들면 경쟁자들의 성적에 관계없이 한 시즌 5대 메이저대회 성적을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품게 된다. 고진영은 “또 우승을 한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3개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뤄낸다면 ‘가문의 영광’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