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프랑스 서양화가 한홍수 화백(61)이 24일부터 경기 광주시 영은미술관에서 개인전 ‘산 깊은 모양_령(Haut-fond)’을 개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깊은 산속의 골짜기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영묘한 골짜기처럼 보이는 하나하나의 형상은 사실 사람 몸의 한 부분이 수없이 겹쳐진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인체를 풍경처럼, 풍경을 인체처럼’ 투명하고도 몽환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볼 수 있다.
그는 2015년 중국 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왕두(王度·63)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창립 70주년 기념전 ‘제3의 현실’을 개최했다. 2015년 유네스코에 전시됐던 한 작가의 작품 ‘기원의 뒷면’은 에로틱하면서도, 신성한 인간의 몸에 대한 구도와 성찰을 보여줘 프랑스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 작가는 인체를 그릴 때나, 자연의 풍경을 그릴 때나 부드러운 붓으로 유화 물감을 얇게 서른 겹 이상 덧칠하는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겹쳐 칠하기를 반복하면서 흐릿해진 경계선 탓에 관람객들은 첫 이미지를 넘어서는 또 다른 이중적 의미를 상상하게 된다.
그는 “그려진 그 자체보다 그것을 봄으로써 다른 세계로 감성이 이동하는 것을 추구한다”며 “동양과 서양, 영원과 현재, 이상과 현실, 초월과 세속이라는 양의성이 내 예술세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은미술관 창작 스튜디오에 입주해 일기를 쓰듯이 매일 한 점씩 자화상을 그렸다. 그가 목탄과 색연필, 먹물 등으로 그린 100개의 자화상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그는 1992년 프랑스로 건너가 거리의 초상화가로 일하기 시작한 이래 30년 가까이 인체 크로키, 자화상 드로잉 작업을 계속해왔다. 올해 작가의 고향인 해남에서 열린 ‘어머니, 바다, 땅(母海地)’ 전시회, 서울 인사동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경치그림’전에서도 자연과 인체를 그린 다양한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듯이 자화상을 일기처럼 관찰하고,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처럼 나 자신도 변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2시 오프닝 파티에서는 인체 그림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리오네트, 뮤지컬 배우 박혜미, 크로스오버 테너 류하나가 참여하는 퍼포먼스 공연이 펼쳐친다. 9월 22일까지.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