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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이 있는 한 잘츠부르크 축제는 계속된다

청중이 있는 한 잘츠부르크 축제는 계속된다

Posted August. 27, 2019 07:32   

Updated August. 27, 201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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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바를 다시 위대하게!’ 가로 50m 무대의 절반 이상을 가린 반투명 천에 트위터 화면이 투사됐다. ‘권력을 시민에게’, ‘평민이여 영원하라’…. 수없이 많은 트윗은 ‘시몬 만세!’로 끝났다.

 20일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가 막을 올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대극장. 이 무거운 비극의 프롤로그엔 저음 남성 가수들만 나온다. 연출가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는 이 ‘지루한’ 프롤로그의 배경을 14세기에서 현대로 옮겼다. 휴대전화를 든 선거운동원들이 무대를 누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여론을 조성해 총독을 선출하는 과정이 이어지며 지루함은 어느덧 사라졌다. 

 오페라는 정치적 상징에만 묻히지 않았다. 무대는 그리말디 저택과 시몬의 궁전을 반으로 나누어 조화를 이뤘다. 시몬 역을 맡은 바리톤 루카 살시와 아멜리아 역을 충실히 감당한 소프라노 마리나 레베카가 25년 만에 아버지와 딸로 상봉하는 장면은 인간미의 극치를 보였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저음 현악기를 중앙에 배치해 압도적인 저음을 선보였다.

 반면 ‘펠젠라이트슐레’ 공연장 무대에 오른 개막작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출자의 과도한 개입이 문제였다. 2년 전 ‘티토의 자비’처럼 성공을 기대했던 연출가 피터 셀라스는 19일 공연에서 야유를 받았다. 그는 기후변화를 ‘이도메네오’의 바다에 투영했지만 난민, 세대 갈등 등 이슈를 한꺼번에 쏟아부어 산만했다. 음악에도 손을 대 ‘레치타티보 세코(대사)’를 대부분 삭제했고 3막의 원작은 2부로 편집됐다. 다만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전매특허인 역동적 지휘가 몰입하게 만들었다.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리사이틀도 화제였다. 1973년 잘츠부르크 축제에 데뷔해 60회의 콘서트를 펼친 단골이다. 18일 축제대극장에서 만난 77세의 거장은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베토벤 소나타 32번의 ‘아리에타’ 악장을 담담히 전할 때 객석은 숨소리조차 멎었다.

 우리 연주자도 잘츠부르크 축제 무대에 서고 있다. 25일 베이스 연광철은 베를린필하모닉의 베토벤 9번 교향곡 독창자로 데뷔했다. 17일 빈필하모닉 베르디 ‘레퀴엠’ 공연 후 만난 축제 예술감독 마르쿠스 힌터호이저는 “내년 100주년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초청했고 플루티스트 최나경의 CD도 꼭 들어보겠다”고 했다.

 22일 콘서트 위주의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건강상 이유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하지 못한 마리스 얀손스 대신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지휘한 야니크 네제세갱은 루체른 페스티벌에도 데뷔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열연한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는 팀파니와 2중주하는 카덴차를 새롭게 선보였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앙상블이 빛났다.

  ‘참여는 일종의 예술이다.’ 올해 99회를 맞은 잘츠부르크 축제가 방문객에게 던진 첫 일성(一聲)이다. 참여는 곧 축제를 즐기는 청중이다. 이 청중으로 인해 세계 최고의 여름 축제들은 티켓을 매진시키며 순항 중이다.

잘츠부르크·루체른=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