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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합의 뭉갠 김정은 서해 접경서 “포 쏴라”

9•19합의 뭉갠 김정은 서해 접경서 “포 쏴라”

Posted November. 26, 2019 07:46   

Updated November. 26, 20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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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인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서해 접경지역 섬에서 해안포 사격을 단행했다고 공개했다. 국방부는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격은 지난해 남북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관련 합의를 체결한 후 정부가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오전 6시 17분 김 위원장의 황해도 남단 창린도 군부대 시찰을 보도하며 “(김정은이) 전투직일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해안포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한번 사격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어 “군인들은 훈련하고 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렸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76mm 또는 122mm의 해안포를 사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싸움 준비가 곧 애국” “임의시각 전투임무수행에 철저히 준비” 등 실전태세를 강조했다.

 사격이 이뤄진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접경 도서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과 10여 km 떨어져 있어 9·19 군사합의로 설정된 ‘해상 완충구역’(적대행위 금지구역)에 포함된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19 남북군사합의’ 1조 2항에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정확한 시찰 날짜를 밝히진 않았으나,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11월 23일) 이틀 뒤 보도가 나온 만큼 23일 전후일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최대 국제행사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에 공개하면서 북-미 비핵화 줄다리기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시 끌고 대남 압박을 더 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접경지역에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노림수는 결국 연내 비핵화 관련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인 만큼 추가적인 대남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