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대북외교 실험은 이제 끝나버렸다. 북한의 거세지는 수사적 위협과 잇단 미사일 발사로 24개월 동안 이례적으로 유지돼 온 긴장의 공백은 마무리됐다. 2020년에 조건 없는 외교를 지속할 원동력은 거의 없다. 30년간 북한을 주권국가와 국제경제 공동체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외교 관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4가지 교훈이 나온다. 첫째, 핵무기의 진정한 가치는 전쟁을 벌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방지에 있다. 핵무기는 핵무기로 무장한 적들과의 전쟁 촉발을 막는다. 이런 현실은 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북한과의 평화가 달성하기 힘든 목표인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명목상으로 제시한 어떤 양보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제거, 축소하거나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이 요구한 상당한 수준의 제재 완화 등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탄도미사일, 벼랑 끝 전술, 허풍 같은 고전적 수법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경제적, 정치적 발전의 길을 결코 보여줄 수 없다. 더 많은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의 힘은 결국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이 호랑이는 종이 위에서는 포효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한다면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정상회담은 탄탄한 외교의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북-미 간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기 위한 첫 정상회담은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었지만, 두 번째 정상회담은 사전 조율된 실무자들의 공정한 협상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2018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구상을 지지하며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기회를 즉흥적으로 잡은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4가지 의제를 도출했다는 게 아니라 이를 돌파구로 설정하고 후속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데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표면의 얼음은 깨뜨렸지만, 수면 밑에 잠긴 거대한 이해관계의 빙산을 깨지 못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간 간극이 크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어야 했다. 당시 외교는 순탄치 못했다. 정상회담과 과장된 언사로 두 정상의 생각이 일치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셋째, 북한의 차세대 엘리트들은 장기간 투쟁의 대가로 한국처럼 현대적인 선진 경제로 가는 길보다는 기껏해야 핵으로 무장한 캄보디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대를 낮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제안했던 밝은 미래는 이제 다른 시나리오로 바꿔야 한다. 중국과 더 밀착하는 게 하나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나 경제 발전 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동맹 유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공화당 소속인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오랜 냉전과 분단 종식이라는 일관된 의제를 가지고 한국의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씨 왕조’의 권력을 조금도 손보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유산이 될 남북 평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잠재력을 보여주고 안정을 유지한다는, 보다 제한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부상하는 강대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북한과의 거래로 안보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유들 중 그 어느 것도 북한 정권이 비핵화의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보다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