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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크림반도 연결 열차 직접 탑승...우크라 “주권 침해” 반발

푸틴, 러~크림반도 연결 열차 직접 탑승...우크라 “주권 침해” 반발

Posted December. 25, 2019 07:29   

Updated December. 25, 20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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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본토와 연결하는 19km의 ‘케르치 철교’를 23일 개통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주권 침해’ ‘우크라이나 전체를 합병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철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직접 열차 기관실에 탑승해 철교 위를 달리며 일대도 시찰했다. 그는 “연간 1400만 명의 여행객과 1300만 t의 물류가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오갈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 전반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푸틴 정권은 크림반도 합병 직후부터 “러시아와 크림반도의 인력, 물자 이동을 활발하게 하겠다”며 현재 유럽에서 가장 긴 철교인 이 다리의 건설을 추진해 왔다. 푸틴 정권은 지난해 5월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자동차용 ‘케르치 대교’를 먼저 완공했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은 직접 트럭을 몰고 케르치 대교를 건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시찰 모습은 러시아 전국에 생중계됐다. 개통식 직후부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크림반도행 직행 열차의 운행도 시작됐다. 이 모든 행보의 저변에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인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르치 대교와 철교가 연달아 건설되면서 우크라이나는 흑해와 맞닿은 남부에서 지중해로 진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도 러시아 해군 함정이 케르치 대교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해 양국 관계가 극도의 긴장을 빚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는 일시적으로 러시아에 점령됐을 뿐”이라며 “크림반도의 국경 역시 우리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페테르 스타노 EU 대변인도 “케르치 철교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이 제한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9일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전면 휴전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케르치 철교 개통으로 5년 만에 찾아오는 듯했던 양국의 해빙 무드도 악화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철도는 과거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옛 소련 정복 및 남부 유전 장악을 위해 케르치 철교 건립을 추진했다. 독일 군은 이 다리를 약 30% 건설했을 때 소련군이 진격해 오자 소련군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폭파시켰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