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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시위 배후” 황당한 칠레정부 보고서

“K팝이 시위 배후” 황당한 칠레정부 보고서

Posted December. 25, 2019 07:29   

Updated December. 25, 20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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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정부가 10월 초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돼 두 달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배후 중 하나로 K팝을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는 21일(현지 시간) 칠레 내무부가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112쪽 분량의 시위 요인 분석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이 보고서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시위가 격화된 10월 18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한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시위와 관련해 500만 명의 사용자가 쓴 게시물 6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31%의 사용자와 19.3%의 게시글이 칠레 외부에서 왔다며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 보고서는 SNS에서 칠레 시위와 관해 언급한 주요 집단을 5개로 구분하며 이 중에서 K팝 팬 집단이 세 번째로 컸다고 지적했다. 젊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시위 초기 400만 건 이상의 리트윗을 통해 시위 참여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분석에 시민들은 SNS에 풍자 글을 올리며 조롱했다. 한 누리꾼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K팝 아이돌 가수의 사진을 올리며 “칠레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 주범들의 공항 독점 사진. 얼굴을 가려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썼다. K팝 팬들은 정부의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해 ‘칠레 K팝 팬 대규모 행진’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27일 산티아고에서 열 계획이다.

 라테르세라는 K팝 자체는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관이 팬들에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콘스탄사 호르케라 칠레 산티아고대 연구원은 “K팝 가사에 투영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 근면성실과 같은 동양적 가치들이 K팝 팬들에게도 영향을 줘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