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일 13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메이저리그(MLB) 개막 일정 역시 안갯속이다. 당초 27일 개막하려다 미뤄진 시즌 개막일이 언제로 잡힐지 기약이 없는 가운데 선수들도 연봉 삭감,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한파 등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올해 예정된 정규 시즌 경기(팀당 162경기)를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경기 수가 줄어들면 선수들이 받는 연봉도 그에 비례해 줄어든다. MLB는 1995년 선수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해 팀별 경기 수를 144경기로 줄였다. 당시 경기 수가 11.1% 축소되면서 선수단 연봉도 같은 비율로 삭감됐다. 미국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이번 시즌 경기 수는 최소 81경기에서 최대 144경기 사이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시즌 연봉 2000만 달러(약 244억 원)를 받기로 한 류현진의 경우 222만 달러에서 최대 1000만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다. 연봉이 반 토막 날 수도 있는 것이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개막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경기 개최 조건 세 가지에 합의했다. MLB는 △정부가 군중이 모이는 행사를 허가하고 △미국과 캐나다 사이 이동 제한이 풀린 뒤 △의료계 전문가들이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의 안전이 확보됐다고 봤을 때 개막할 수 있다.
경기가 진행되지 않으면 관중 입장료 및 중계권 수입, 광고비 등이 줄기 때문에 각 구단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장기 계약이 보장된 선수들은 손해가 덜하지만 이번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 3년간 MLB 평균 연봉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큰손’ 구단들의 초대형 계약은 매년 나오고 있지만, 성적이 애매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구단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경기 수가 줄면 구단 재정이 악화돼 선수들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2020시즌이 완전히 취소될 경우 가장 큰 손해를 입을 구단은 LA 다저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NBC스포츠는 30일 ‘만약 메이저리그 2020시즌이 취소된다면 어떤 팀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0개 구단 가운데 다저스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정상급 타자 무키 베츠와 왼손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베츠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MLB 구단주와 선수 노조의 최근 합의에 따르면 이번 시즌이 취소되더라도 선수들의 등록일수(서비스타임)는 인정된다. 시즌이 취소된다면 베츠는 다저스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고 FA로 풀리게 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을 구단 사상 투수 최고액인 4년 8000만 달러에 영입한 토론토 역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베테랑 FA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영입 후 1∼2년 동안 최대의 성과를 낸다. ‘디 애슬레틱’은 “류현진은 구속이 아니라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만, 4년 계약의 마지막인 36세 시즌보다 33세 시즌이 더 좋은 것은 분명하다. 계약 첫 시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