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64)가 20일(현지 시간) “한국으로부터 50만 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검사장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공화당 소속인 호건 주지사의 한국산 장비 구매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퇴색시킨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호건 주지사는 주도(州都) 아나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릴랜드주는 한국에 엄청난 빚을 졌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 도움을 준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홍석인 주미 한국대사관 공공외교공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이번 구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해 미 연방정부가 확보한 75만 개의 진단키트와 별개로 이뤄졌다.
수도 워싱턴 인근의 메릴랜드는 인구 605만 명 중 1만30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검사가 7만 건에 불과하다. 호건 주지사 역시 “메릴랜드가 (미 최대 피해지역인) 제2의 뉴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정부 측은 한국산 진단키트 확보로 빠르고 신속한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 부부는 한국산 장비가 18일 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직접 공항에 나갔다.
CNN은 구매 과정에서 호건 주지사의 한국계 배우자 유미 여사(61)가 직접 한국 업체와 교섭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호건 주지사 역시 “아내가 작전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웠다. 전남 나주 출생인 유미 여사는 첫 결혼에서 세 딸을 얻었고 1994년 미국으로 왔다. 이혼 후 화가로 활동하다 2004년 호건 주지사와 결혼했다. 호건 주지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메릴랜드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돼 2015년 1월부터 메릴랜드주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호건 주지사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다면 검사기구 확보에 필요한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일부 주지사가 연방정부의 정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건 주지사는 곧바로 CNN에 “트럼프 행정부는 주정부가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부터 미 주지사연합회 의장을 맡고 있는 호건 주지사는 19일에도 “주지사들이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절대적인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