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역습과 짜임새 있는 지공, 올해 울산은 다 됩니다.”
2020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울산의 미드필더 윤빛가람(30)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2016년 11월 김도훈 감독 부임 이후 울산의 팀 컬러는 ‘수비 후 역습’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제주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윤빛가람은 “지난해 울산을 상대할 때는 역습을 주의하며 경기했다. 올해 울산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온 덕분에 역습이라는 팀 컬러를 유지하면서 중원에서 볼 소유를 통한 지공까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울산은 지난해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쳤다. 최종전 포항과의 경기에서 1-4로 완패하면서 승점이 같은 전북에 다득점(전북 72점, 울산 71점)에서 밀려 눈물을 삼켰다. 절치부심한 울산은 윤빛가람을 비롯해 이번 시즌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29),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32) 등을 영입하며 15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킥을 갖춘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울산의 축구를 만들어갈 ‘플레이 메이커’로 꼽힌다. 그는 지난 시즌 울산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미드필더 김보경(31)이 전북으로 떠나며 생긴 빈 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윤빛가람은 9일 상무와의 개막 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29분 그림 같은 중거리슛으로 팀의 4번째 골을 넣어 4-0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윤빛가람은 “상대 수비가 열리면 중거리슛을 때린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내가 골대 대각선 위치에 있을 때 백패스가 오면 순간적으로 수비가 열릴 때가 있는데 좋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빛가람은 새 시즌 ‘블루 드래건’ 이청용과의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둘은 김도훈 감독이 꼽는 울산의 새로운 ‘키 플레이어’다. 김 감독은 “두 선수가 우리 팀에 와서 고맙게 생각한다. 팀 전체에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도 좋다”고 말했다. 9일 이청용과 울산에서 처음 손발을 맞춘 윤빛가람은 “세계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볼을 받는 위치가 정말 좋고 플레이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팀 동료들끼리 ‘(이)청용이 형이 앞에 보이면 믿고 편하게 패스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윤빛가람이 해외 진출이 아닌 울산과의 4년 계약을 택한 것은 K리그 우승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2010시즌 경남에서 K리그에 데뷔한 윤빛가람은 성남, 제주, 상무 등을 거치며 프로 데뷔 11년 차를 맞았지만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2016년 옌볜 푸더로 이적해 중국 슈퍼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던 윤빛가람은 여러 중국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결국 울산행을 택했다. 그는 “우승하고 싶어서 울산에 왔다. 지난해 우승을 아쉽게 놓쳤던 동료들의 투지가 대단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온 만큼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