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입장 발표에 ‘또라이’ ‘얼간이’라며 막말을 퍼부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중국 정부를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이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하라”고 적었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중국 외교부 등 주요 기관의 대변인일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하고 권위주의적인 공산 정권에 의해 지배돼 왔다”며 “중국은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자유국가에 적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염병으로 9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숨졌고, 3월 이후 3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전 세계적으로 최대 9조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1억62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코로나19 피해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는 미 국제개발처(USAID)와 함께 1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것 외에 추가로 이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내놓은 20억 달러는 세계에 끼친 (피해)비용에 비하면 쥐꼬리(paltry) 수준이다. 그거라도 약속한 대로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재취임을 거듭 축하했다. 홍콩과 관련해서는 “중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 내리지 않았고 현재 일어나는 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미국 투자와 상무부의 화웨이 수출 제재안 발표 등도 언급했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중국 때리기’는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이미 중국 공격을 연말 대선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 주지사 및 의원 선거의 핵심 전략으로 삼는 지침을 정했다. 공화당 캠페인 전략팀이 지난달 당에 배포한 메모에는 이와 함께 선거 경쟁자들을 친(親)중국파 혹은 중국에 대해 유약한 이미지로 공격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거듭된 공격에 중국도 발끈했다. 중국 관영 영어방송 CGTN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신뢰도 테스트’라는 영상(사진)을 올려 중국을 공격하는 폼페이오 장관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 21일 런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통화에서 “중국은 전염병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에 방해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며 에둘러 미국의 공세를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