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남산 약수곡 석조여래좌상절터에서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불상의 머리(불두·佛頭)가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경주시가 일제강점기 석조여래좌상의 원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좌상의 머리로 추정되는 불두를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당시 석조여래좌상은 원래 자리에서 옮겨져 있었고, 그 옆에 불상 대좌(불상을 놓는 대)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고 한다. 하대석도 원래 위치에서 움직여 큰 바위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이 바위 옆(서쪽)에서 머리는 땅속을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바라보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얼굴 오른쪽과 귀 일부에서 금박이 관찰됐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불두 곁에서 미간 사이 백호(白毫)를 장식했던 둥근 수정이 분리된 채 발견됐다. 소형 청동탑과 불상도 주변에서 출토됐다.
머리가 유실됐던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으로,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처럼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왼 손바닥은 펴서 위로 향하게 단전에 올리고 오른손은 펴서 무릎 아래 땅을 가리키는 모습의 인상)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대좌는 상당수가 팔각형인 데 비해 이 불상의 대좌는 네모다. 경주 이거사지 출토품으로 알려진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편 녹지원의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보물)과 형식이 같다. 발굴팀 관계자는 “두 석불좌상은 형태와 양식이 거의 같은 쌍둥이 불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불두를 통해 통일신라 석조불상과 마애불상의 개금(改金·불상에 금칠을 다시 함)과 채색 여부를 놓고 학술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는 불두와 석불좌상을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할 방침이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