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25전쟁 70주년인 25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 인근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아 기념비에 헌화했다. 북한이 최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념비 헌화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공원을 찾아 20여 분간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화환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한 뒤 군인들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며 참전 장병의 희생을 추모했다. 이어 참전용사들과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기념공원을 둘러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은 각각 정전 60주년, 정전 50주년, 6·25전쟁 발발 50주년에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이수혁 주미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표명하고 우려도 했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평화가 유지되도록 노력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 관련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생산적 대화를 가지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왔다”며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고 북한의 입장도 들었다. 공은 그들(북한) 코트에 있다. 우리는 그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활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이들 시스템은 우리 모두가 무역 문제나 다른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있다”며 “우리는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이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논쟁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양측이 대화를 유지하길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한미 전략포럼 이틀째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목표를 외교를 통해 진전을 이루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이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기 위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인프라 표준 설정 프로젝트인 ‘블루 닷 네트워크’에 한국의 참여도 독려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