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화재로 불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원형 그대로 복원된다. 그간 ‘원형 복원’과 ‘현대적 재창조’를 두고 여론이 양분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공사가 지지부진했지만 원형 복원으로 결론이 난 만큼 복원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무너진 첨탑과 지붕을 원래 모습대로 살리는 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목재 대신 철강 빔을 쓰고, 표면도 납 대신 티타늄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심 선호했지만 주무 부처인 국가건축문화재위원회(CNPA) 측이 원형 복원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4년 7월 말 개최 예정인 파리 올림픽 전까지 복원을 완료하려면 공사 기간이 짧은 원형 복원이 낫다는 의견이 행정부 내에서도 늘어났다. 현대적 방식으로 복원하면 설계 공모, 당선작 결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첨탑은 1859년 당시 보수를 담당했던 건축가 외젠 르뒤크가 건립한 높이 96m 형태 그대로 복원된다. 성당 지붕의 유명한 나무 구조물인 ‘숲(The Forest)’ 역시 참나무를 맞물리는 전통 방식을 사용해 만든다.
다만 원형 복원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전까지 공사가 완료될지는 의문이다. 화재 전 첨탑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나무 비계(飛階·임시 가설물) 4만 개를 화재 후 해체하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올해 3월부터 약 석 달 동안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사가 중단됐다.
화재 당시 지붕과 첨탑에 사용된 납 460t이 녹아내려 오염 위험도 크다. 르몽드는 “미국 컬럼비아대 조사 결과, 성당 일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납 중독 위험에 노출됐음이 밝혀졌다”며 과거 방식대로 납을 쓰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날 대성당 인근에서는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마크롱 정권의 환경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였다. 다만 공사 완료에 관계없이 사제들이 미사를 집전하고, 시민들이 성당 내부를 관람할 정도의 재개관은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르피가로가 전했다.
고딕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1345년 건립됐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머리에 썼던 가시면류관 등 수많은 성물과 예술품을 보유해 1991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연 1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파리 대표 명소다. 가시면류관은 소방관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화재 때 소실되지 않았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