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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선실세’ 스톤 감형 압박 이어 끝내 사면

트럼프, ‘비선실세’ 스톤 감형 압박 이어 끝내 사면

Posted July. 13, 2020 07:55   

Updated July. 13, 20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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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은 자신의 최측근을 복역도 시작하기 전에 전격 사면했다. 야당과 언론에서 “법치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렸다”는 거센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대선에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백악관은 10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참모였던 로저 스톤의 형량을 감형해 사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형 집행일을 미뤄 달라’는 스톤의 요청을 항소법원이 기각한 직후에 나온 결정이다. 백악관은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스톤은 좌파와 그들의 미디어 연합이 트럼프 행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해 꾸며낸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며 “의욕만 넘치는 검사들이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을 수사했고, (수사 당국은) 승인돼서는 안 되는 작전으로 그를 체포했으며, 배심원단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스톤은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킹 메이커’이자 이를 위해 음모론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정치 공작의 달인’으로 평가돼 온 논란의 인물. 그의 정치공작을 집중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그가 자랑스럽게 밝혀 온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는 말은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된 각종 흑색선전의 배후에 스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의회에 거짓 증언을 하고 주변인들에게도 거짓 증언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5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온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며 올해 2월 위증, 공무집행 등 7개 혐의로 징역 40개월을 선고받아 14일부터 수감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당초 그에게 징역 7∼9년을 구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이후 법무부가 구형량을 3∼4년으로 낮췄다.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 4명이 한꺼번에 사건에서 손을 뗐고, 1100여 명의 전직 검사 및 법무부 관료들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톤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아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 “사람들은 정의를 원하기 때문에 내가 한 결정에 극도로 기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내가 한 일에 매우 기쁘다”고 자화자찬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대통령의 측근 사면 결정에 워싱턴 정가는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공화당 소속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부패”라며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의 형을 감형한다”고 맹비난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규범과 가치들을 초토화하면서 시선집중을 피하기 위해 금요일 밤에 감형을 발표해 또다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충성파를 챙기고 그렇지 않으면 보복하는 ‘마피아 두목’에 비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조차 감히 건너지 못한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