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의 목소리를 실력으로 잠재웠다.
‘코리안 몬스터’ 토론토 류현진(33)이 3번의 도전 끝에 이적 후 첫 승이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류현진은 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으로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2-1로 이긴 토론토는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가 4년 8000만 달러(약 948억 원)의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류현진은 첫 두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승리 없이 1패에 평균자책점 8.00을 기록했다.
이날은 달랐다. 류현진의 트레이드마크인 체인지업이 애틀랜타 타선을 잠재웠다. 84개의 투구 중 가장 많은 32개가 체인지업이었고, 8개의 탈삼진 중 6개를 체인지업으로 솎아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경기 초반부터 우타자 몸쪽으로 커터를 던지며 체인지업도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타자들에게 몸쪽 공을 의식하도록 한 뒤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어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다. 메이저리그(MLB) 통계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이 이날 던진 체인지업 중 62.5%(20개)가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경기 뒤 류현진은 “오늘 몸을 풀 때부터 체인지업 감이 좋았다. 체인지업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구종”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회말 선두 타자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견제사로 잡아낸 것도 눈에 띄는 경기 운영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182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도루는 단 하나만 내줬을 정도로 도루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투수에 속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견제사로 잡으면서 제구력에 안정을 찾았다”고 평했다.
구속은 조금 아쉬웠다. MLB닷컴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6.6km(약 91.1마일). 류현진은 “지난 경기보다 체인지업, 패스트볼, 커터가 좋아졌다. 구속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8.00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5.14로 끌어내렸다.
류현진의 첫 승 신고에 토론토는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류현진의 사진과 함께 한글로 ‘블루제이스에서의 첫 승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찰리 몬토요 감독도 “오늘 류현진의 투구는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이었다. 구속을 조절해 타자의 균형을 깨뜨렸다. 우리 팀에 아주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MLB 통산 55승(34패)을 따내며 김병현(54승 60패)을 제치고 코리안 메이저리거 다승 2위로 올라섰다. 최다승은 박찬호의 124승(98패)이다. 류현진은 12일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연승에 도전한다. 토론토의 올 시즌 임시 안방인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필드에서 처음 열리는 경기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