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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감성 연설’에 박수... 폼페이오 ‘출장 연설’에는 눈살

멜라니아 ‘감성 연설’에 박수... 폼페이오 ‘출장 연설’에는 눈살

Posted August. 27, 2020 07:50   

Updated August. 27, 20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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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재단장한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 마련된 연단. 야간 조명으로 빛을 밝힌 이 작은 무대 위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사진)가 올라서자 그를 기다리던 120명의 청중이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2016년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할 당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이후 4년 만의 전대 연단 복귀였다.

○ 이민자·여성층 감성 자극한 멜라니아 연설

 트럼프 여사의 연설은 25일(현지 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남편의 행정부는 효과적인 백신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며 이 끔찍한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이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 이단아’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전통적인 정치인이 아니다”면서도 “그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며,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인물”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여사는 4년 전 전당대회에서 한 연설 내용 일부가 미셸 오바마 당시 대통령 부인의 연설문을 베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날은 그때를 설욕하기라도 하듯 20여 분간 매끄럽고 차분한 연설로 감성을 자극했고 표절 논란도 제기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그는 26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한 과정을 소개하며 “미국은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반(反)이민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민자들의 공감 얻기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여사는 측근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테퍼니 그리셤 대통령 부인 대변인, 마샤 리 켈리 선임고문과 집중적으로 연설을 준비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그동안 거의 공식석상 연설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각종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즈가든에 깜짝 등장한 뒤 제일 앞자리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부인의 연설을 지켜봤다. 앞서 전당대회 영상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들의 귀화식에도 깜짝 등장하며 ‘이민자들에게 열려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 폼페이오의 ‘출장 중 연설 참가’에 비판 거세

 대통령 부인 연설은 호평을 받았지만 이날 전당대회는 재선 캠페인을 위한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공직의 정치화 등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이스라엘 출장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외교수장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전당대회 연설에 나선 것을 놓고 비판이 크게 고조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 공격의 커튼을 걷어냈고, ‘중국 바이러스’의 확산에 책임을 지도록 했으며, 어이없게 불공평한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누그러뜨렸고 북한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더 이상의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도 없으며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싸운 영웅들의 유해와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동정책 등 외교안보 성과를 나열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에 대해 “최소한 75년간 외교안보 분야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유지돼 온 선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캠프는 성명을 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외교 공무 중에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심부름꾼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을 강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과 보수 유대인들의 표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라는 분석이 많다. 사전 녹화가 이뤄진 장소는 예루살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루프톱. 호텔 이름은 고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이름을 딴 ‘다윗왕 호텔’이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