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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 폭발로 어깨 가벼워진 김광현 5이닝 무실점 2승

타선 폭발로 어깨 가벼워진 김광현 5이닝 무실점 2승

Posted September. 03, 2020 07:33   

Updated September. 03, 20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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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한 33세 ‘베테랑 신인’의 최근 활약이 대단하다. 내셔널리그(NL) 신인왕에 오를 만하다는 분위기도 점점 조성되고 있다. KBO리그에서 13시즌간 활약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KK’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얘기다.

 김광현은 2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방문경기에 선발로 나서 5이닝 3피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0점대’(1.08→0.83)로 떨어졌다.

 신시내티는 NL 중부지구 4위(16승 20패)의 약체지만 이날 선발은 5승 1패로 NL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에이스 서니 그레이(31)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1.94로 MLB 전체 6위에 올라 있었다. MLB 선발 4경기째를 맞는 루키 김광현과 비교할 때 중량감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화끈한 화력으로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직전 2경기에서 평균 7점을 낸 세인트루이스는 그레이가 1회초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안타 5개, 볼넷 3개를 얻어내며 6점을 뽑은 뒤 조기 강판시켰다. 김광현이 마운드를 지킨 5회까지 11점을 낸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이후에도 5점을 추가한 끝에 16-2의 대승을 거뒀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가 기록한 한 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이 덕에 5회까지 85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려가 6회부터 느긋하게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달 18일 시카고 컵스전부터 선발로 전환한 김광현은 이후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첫 등판 당시 컵스의 이언 햅에게 4회말 홈런(1점)을 맞아 실점한 뒤 이날까지 17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자책 행진을 벌이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0.44(20과 3분의 2이닝 1자책)에 불과하다. 김광현의 ‘필살기’로 꼽히는 슬라이더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원 포함 5경기에서 김광현이 던진 324개의 공 중 32.4%인 105구가 슬라이더였다. 이날도 평균보다 높은 32.9%의 슬라이더(85구 중 28구)를 구사했다. 삼진 4개를 잡을 때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였는데, 전부 헛스윙을 유도했다.

 MLB 야구 통계업체 스태츠 바이 스태츠는 “평균자책점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 1913년 이후 김광현의 데뷔전 포함 선발 4경기 성적은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0.25 이후 가장 좋은 좌완의 기록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던 발렌수엘라는 데뷔전을 포함한 첫 4경기에서 완봉승 3번, 완투승 1번을 기록했다. 그해 13승 7패 평균자책점 2.48로 시즌을 마친 발렌수엘라는 NL 신인왕은 물론이고 사이영상까지 차지했다. 선발로 맹활약을 펼친 김광현이 전설의 발렌수엘라까지 소환한 셈이다.

 팀 내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세웠다. 역대 세인트루이스 선발 투수 가운데 처음으로 데뷔전을 포함해 4경기에서 연속 1실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경기 후 김광현은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신인왕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KK가 등판하면 이길 수 있다’는 공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소박한 바람대로 올해 김광현이 나선 5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는 시즌 승률(0.519·14승 13패)보다 높은 4승 1패(승률 0.800)를 거두고 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