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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놀러올래? 유튜브로~

Posted October. 19, 2020 07:43   

Updated October. 19, 20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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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위에는 유치원 졸업사진이 있고요, 책장에는 장난감이랑 문제집도 있고요….”

 유명 연예인의 ‘랜선 집들이’가 아니다. 한 10대 소녀가 휴대전화 동영상 카메라로 자신의 방을 천천히 비추며 가구나 각종 물건을 소개한다. 장난감도 있고 아끼는 로션도 있다. 누가 평범한 중학생의 방을 궁금해할까 싶지만 인기 영상은 조회수 100만에 육박한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자신의 ‘방 소개’ 콘텐츠가 인기다. 방 소개 유튜버는 대개 초등학생, 중학생이다.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설명하듯 차근차근 자기 방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자랑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서로의 방을 보면서 댓글로 의견을 공유하고, 가구나 소품의 정보를 주고받는 일종의 온라인 우정 쌓기이자 방 꾸미기 놀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원격수업 확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08년생의 흔한 방 소개’ 영상을 업로드한 유튜버 ‘태원’은 “코로나19 때문에 방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예쁜 방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제 또래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방 꾸미기와 옷 소개”라고 말했다.

 자극적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 방 소개 영상은 담백하고 청정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악플(악성 댓글)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방이 너무 예쁘다” “저런 방을 갖고 싶다”거나 “이번에 이사 가는데 책상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같이 정중하게 정보를 요청하는 댓글이 많다.

 유튜브 채널 ‘쏭정아하루’ 운영자는 “일기를 쓰듯 즐겁게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유튜버 ‘나는요정’은 “영상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구독자 중엔 7, 8세도 있기 때문에 욕설을 넣지 않으며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제작 기준을 설명했다.

 다만 어린 학생들이기에 방 소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구나 소품을 마련하려면 부모님의 허락은 필수다. 중학교 2학년인 유튜버 ‘겸지’는 “집을 꾸밀 방법은 오로지 몇 달씩 용돈을 모으는 것뿐이다. 결제는 부모님이 대신 해주시는데 너무 고가의 제품이 아니라면 돈을 보태주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매일 보던 제 방이 조금씩 색다르게 바뀌는 과정이 재밌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