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미국 완성차 시장이 9월에 이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량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모두 이끌어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ALG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달 미국 신차 소매시장에서 10만666대를 팔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만9795대보다 12.1% 증가한 것으로 이 기간 13개 주요 완성차 업체 전체의 증가율 4%를 크게 웃돈다. 미국 완성차 소매 판매는 9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월별 소매 판매 실적을 영업일수로 나눈 것을 기준으로 올해 1∼8월은 줄곧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적었지만, 9월 8% 증가에 이어 이달에도 0.3% 증가가 예상됐다.
미국 시장에서 특히 기아차의 실적 개선 추세가 돋보인다. 기아차는 이달에 지난해 대비 16.7% 늘어난 판매량 증가세를 보였다. 집계 대상 13개사 중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36.1%)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주요 완성차 그룹별로도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 주요 경쟁 그룹들을 판매 증가율을 모두 따돌렸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다. 이달 미국에서 팔린 신차 중 현대차의 평균 가격은 2만8922달러(약 3274만 원)로 1년 전보다 10.5% 증가하며, 집계 대상 13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기아차도 6.2% 늘었다. 반면에 차량 판매 때마다 딜러에게 지급되는 격려금(인센티브)은 지난해보다 현대차가 2.4%, 기아차가 19.1% 줄어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더 많이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기아차가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지속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종을 내놓았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망을 적극 가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현대·기아차의 양호한 실적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차도 26일 3분기(7∼9월) 실적발표에서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상화되며 전년 대비 동등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