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주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52)은 자비를 들여 세계의 도서관을 300곳 넘게 방문했다. 여행에 나서면 관광지는 뒷전이고 도서관만 찾아다녔다. 2일 서울 강남구 도곡정보문화도서관에서 만난 조 관장은 “외국 도서관의 좋은 점을 한국 사서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했다. 그는 최근 세계의 도서관 문화를 소개하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나무연필)을 펴냈다.
그가 본격적으로 도서관 탐방에 나선 것은 2015년. 그해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그동안 보내드린 생활비를 모아 꽤 큰돈을 남긴 것. 이 돈을 의미 있게 쓰자고 고민한 결과가 도서관 여행이었다. 미국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10년가량 도서관 사서를 했던 조 관장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2017년 4월 관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의 도서관을 부지런히 다녔다. 취임 후에도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명절 연휴에 연차를 붙여 각국 도서관을 찾았다.
재난정보 시스템을 갖춘 일본 도서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한 대만 도서관, 쇼핑몰보다 큰 중국 도서관 등 입이 떡 벌어지는 곳이 많았지만 그의 마음을 유독 잡아끈 곳은 ‘유미디어(Youth+Media)실’을 갖춘 미국과 유럽의 도서관이었다. 유미디어실은 10∼15세 전용 공간으로 또래끼리 모여 끼를 발산하고 쉴 수 있는 시설이 망라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미 일리노이주 볼링브룩시의 파운틴데일 공공도서관은 영상과 오디오 장비를 대여해주며 창작활동을 독려하고, 시카고의 헤럴드워싱턴 도서관센터는 정숙을 강조하는 대신 밴드 연습실을 제공한다. 노르웨이 비블로 트위엔 도서관에서는 요리를 해먹고 잘 수도 있다.
조 관장은 “국내 도서관에도 청소년 공간을 만드는 게 도서관 여행의 최종 목표가 됐다”고 했다. 그가 미 도서관을 찾았을 때 “강남구의 대표 도서관”이라고 소개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에 호화 도서관에서 온 줄 알고 사서들이 격하게 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구 4만∼8만 명의 소도시에서도 도서관세(稅)를 걷고 기부를 받아 예산이 풍족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강남구민 1000명의 서명을 받아 강남구의 예산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한국은 아이들이 불행하잖아요. 교육열 높은 강남구가 더 심할 겁니다. 학원을 대체할 수 있으면서 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곳은 도서관이 유일해요. 당장은 돈이 들더라도 시설에 투자하고, 전문가 멘토까지 상주하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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