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표는 없었다. 미국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의 대선 선거인단은 14일(현지 시간) 투표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최종 확정했다. 11월 3일 대선이 실시된 지 41일 만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불복 소송전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합주의 선거인단이 단 한 표의 ‘배신 투표’ 없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 주면서 그의 승리를 깨끗하게 확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등 북부 ‘러스트 벨트’ 지역과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6개 경합주 선거인단은 모두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 이로써 대선 이후 각 언론사가 집계한 선거인단 306명(바이든) 대 232명(트럼프)의 득표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4년 전 대선에서 주별 선거 결과에 따르지 않고 다른 후보를 찍은 선거인이 10명이나 나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306명,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232명을 확보했는데 이번엔 당시와 똑같은 수치로 결과가 뒤바뀌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인의 가슴속 깊이 뛰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라며 “위협받고 시험받았던 민주주의는 진실되고 강하며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혹은 권력 남용 같은 것들조차 그 (민주주의라는) 불꽃을 끄지 못한다”며 “우리는 투표했고 제도에 대한 신념은 유지됐으며, 우리 선거의 진실성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페이지를 넘길 시간”이라며 분열된 미국 사회의 단합을 촉구했다. 또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불복 소송전에 대해서는 “우리가 본 적이 없었던 극단적인 것으로, 국민의 뜻과 법의 지배, 헌법 수호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 결과) 숫자들은 명백한 승리를 보여준다”며 “이제 이 결과를 수용하기를 정중히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 중일 때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트윗을 올리며 불복 방침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심지어 이날 조지아와 미시간주 등 일부 경합주에서 법적 권한이 없는 ‘대안 선거인단(alternate electors)’을 임의로 꾸리고 투표를 따로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의회로 보낼 것”이라고도 했다.
미시간주에서는 공화당 소속인 게리 아이젠 주 하원의원이 지역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위험하다”며 시위 현장에 나가서 이를 지지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의회 위원회 직책에서 제명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