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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배웅 못 받고 확진자 번호로 떠난 코로나 사망자들

가족 배웅 못 받고 확진자 번호로 떠난 코로나 사망자들

Posted December. 31, 2020 07:34   

Updated December. 31, 20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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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 코로나 19 관련 국내 사망자가 859명에 이른다. 이달에만 333명이 숨졌다. 코로나에 걸린 것도 고통스럽고 서러운데 세상을 떠나는 과정조차 쓸쓸하다. 유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에 더해 ‘코로나 사망자 가족’이라는 낙인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다.

 코로나 사망자는 대개의 경우 유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감염을 막기 위해 가족 1, 2명만 방호복을 입고 잠깐 임종에 참관할 수 있지만 이마저 불가능하게 막은 병원이 많다. 세상에 죽음이 알려지는 방식도 확진자 번호를 통해서다. ‘○○○번 확진자 사망’. 이 생을 떠나는 길에 이름대신 번호가 쓰인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 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 따라 장례절차도 다르게 적용된다. 원래는 장례 후 화장하지만 코로나 사망자는 화장부터 해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시신은 수의도 입지 못하고 의료용 비닐가방에 담긴다. 유족 입장에선 장례식장을 구하기도, 부고(訃告)를 내기도 어렵다. 코로나 사망자 발인은 일반 사망자 발인이 다 끝나고 나서야 오후 늦게 진행된다. 시신에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수 있다며 받아주지 않는 장례식장, 코로나 사망자 유골은 소문난다며 거부하는 사설 납골당도 허다하다.

 80대 후반의 한 코로나 사망자는 유골 함에 담긴 뼛가루가 돼서야 가족들과 만났다. 끔찍이 귀여워하던 외손주를 통해 감염됐기에 가족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연일 듣던 코로나 사망자·확진자 소식이 예전엔 남 일 같았지만 바로 내 일, 우리 가족 일이 된 것이다. 고인이 살아 병상에 있을 때조차 제대로 면회할 수 없었기에 유족들의 가슴엔 평생의 한(恨)이 맺혔다.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으로 공포에 떨다 생을 마친 사망자 유족들의 슬픔은 또 얼마나 큰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사회적 낙인이다. 동네 주민들이 수군대는 건 예사다. 장례 이후 행정절차를 치르러 간 관공서 직원들마저 대놓고 두려움을 내비치며 기피하기 일쑤다.

 코로나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전염병 앞에서 평등하다. 코로나 사망자는 바로 우리 주변의 가족이고, 이웃이다. 그들의 죽음은 존엄하게 다뤄져야 한다. 가족의 배웅조차 못 받고 떠난 코로나 사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