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쿠데타 발발 후 미얀마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이 팔뚝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 등을 적은 채 거리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생명이 위기에 처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군부와 맞서겠다는 미얀마인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팔뚝에 유성 펜으로 ‘혈액형 B, 긴급연락처 ○○○-○○○○, 엄마 사랑해’ ‘혈액형 O, 연락처 ○○○○’ 등을 적은 미얀마인의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아들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연락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엄마’라는 설명이 달린 사진도 있었다.
호주 뉴스닷컴은 “진압 군경의 총에 맞아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하면서도 시위에 나서는 이들이 유사시 도움을 청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한 미얀마인은 소셜미디어에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쿠데타에 대항하는 우리 국민들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썼다.
반정부 시위가 미얀마의 해묵은 종교 및 종족 갈등마저 누그러뜨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불교도 버마족은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물론이고 카렌, 라카인, 몬족 등 소수민족을 줄곧 탄압해왔다. 하지만 22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일부 무슬림들이 버마족이 대부분인 시위대에게 얼음이 든 오렌지 주스와 식사를 나눠주는 모습이 목격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군부 독재를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1988년의 ‘8888’ 시위를 직접 겪지 않았던 ‘Z세대’가 이번 시위의 새로운 주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K팝과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밝힌 모 투 씨(20)는 “북한 같은 독재 정권의 특성과 타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2일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군부 인사 2명에 대해 자산 동결 및 입국 금지 등을 단행했다. 미국은 앞서 11일에도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 수뇌부 10명을 제재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