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3월 주말·휴일 특별근무(특근)를 대폭 줄였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사실상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단 첫 차 ‘아이오닉5’ 생산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판매생산 회의를 통해 3월 1일 특근을 하지 않고 3월 주말 특근도 상당 부분 줄이기로 했다. 특별근무는 인기 차종 수급 등을 맞추기 위해 주말·휴일에도 생산 근무를 하는 것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등 주력 차종은 거의 특근을 이어왔지만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생산량 조절 차원에서 특근을 줄인 것이다.
울산 2공장(GV70과 GV80)과 3공장(아벤떼, 베뉴), 5공장(G90, G80, G70, 넥쏘, 투싼)의 일부 라인은 3월 특근을 아예 하지 않기로 하거나 반도체 수급 상황을 주 단위로 살피며 결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월 단위로 특근 일정을 정했다.
팰리세이드를 만드는 4공장 1라인만 6일과 13일 특근을 하며 포터 등을 만드는 4공장 2라인은 아예 특근이 없다. 기아의 광주공장 3공장(봉고 트럭 생산)도 3월 특근을 하지 않는다. 기아 화성공장도 근로자들에게 “주력 모델인 쏘렌토 및 니로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로 일부 라인의 3월 특근을 진행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특근은 보통 한 달 단위로 일정을 짜는데 주 단위로 일정을 짜겠다는 건 반도체 수급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라며 “한국GM도 지난달 특근 조정을 하더니 몇 주 뒤에 부평2공장 생산량 감축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현대차·기아도 특근을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경우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아이오닉5 양산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이오닉5는 국내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3700대, 유럽 사전계약 첫날에만 배정된 물량 3000대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오닉5는 4월에 고객들에게 처음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부족이 계속되면 고객 인도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2019년 출시된 인기 차종 팰리세이드는 생산 차질이 없었을 때에도 계약에서 인도까지 6개월이 걸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차보다 수십, 수백 개의 반도체가 더 들어간다. 수급 차질이 계속되면 아이오닉5 생산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PC, TV 등의 수요가 늘자 IT 기기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 마진이 적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뒤로 미뤘고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반도체를 못 구해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1∼3월)에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어 수요가 많은 차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급 조절을 해왔지만 결국 부족 사태를 피하기 어렵게 된 상태다. 이미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은 소형 SUV ‘크레타’의 양산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도요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스바루, 닛산, 혼다, 마즈다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테슬라도 최근 2주 동안 세단인 ‘모델’3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