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 동북부에 있는 면적 12만 km²의 삼강평원에서는 두만강, 연해주 일대에서 발굴된 집자리, 토기와 비슷한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두만강 유역에서 발흥한 옥저 계통의 문화가 삼강평원까지 북상한 흔적이다. 농사를 지어 생활했던 옥저인은 북쪽에서 찾은 기름진 땅에서 300여 년간 살며 거대한 성터를 일궜다. 이곳에서는 250여 기의 성터가 발견됐고, 이 중 가장 큰 성터는 풍납토성의 규모를 능가한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지난달 발간한 책 ‘옥저와 읍루’에는 옥저와 읍루에 대해 새롭게 발굴한 고고학적 결실이 담겼다. 옥저는 기원전 4세기∼서기 246년, 읍루는 기원전 4세기∼서기 559년경 존재했던 북방민족이다. 강 교수는 10년간 러시아와 중국, 한국을 다니며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은 북방민족인 옥저와 읍루를 연구했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북방민족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중국의 역사 팽창주의를 막는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연구로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그동안 삼강평원에서 발견된 성터를 옥저인이 지은 것이라고 보는 연구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강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삼강평원의 각종 유물들은 옥저인의 문화와 똑같았다. 잡곡농사에 유리한 지역을 따라 이동했던 옥저인의 습성을 고려하면 이동경로 역시 설명 가능했다. 강 교수는 “이 책 출간과 비슷한 시기에 삼강평원을 연구하는 중국학자들도 이 성터의 주인을 옥저인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헤이룽강 하류에서 쑹화강 유역에 걸쳐 있는 읍루 지역에서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철화된 철도끼가 발견됐다는 점도 강 교수가 꼽는 학문적 성과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해당한다.
국내 연구자가 거의 없는 분야인 북방민족을 연구하는 강 교수는 “북방민족 역사가 한국의 역사가 맞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북방민족의 역사를 연구함에 있어서 네 것과 내 것을 나누는 것은 한국사 왜곡의 지름길”이라며 “역사의 다변적인 흐름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