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묵은 나를 지켜 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침묵도 당신을 지켜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 중
말하는 자가 옳은가? 침묵하는 자가 옳은가? 이 두 가지 명제 앞에서 나는 대개 전자를 택했다. 참기 싫은 욕망이 솟구쳤을 때도 있었고 내가 피해를 입을지언정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미국의 시인이자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는 “설사 입 밖에 낸 말로 상처받거나 오해받을 위험이 있다 해도, 말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다른 어떤 결과보다 내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문장을 발견하자마자 밑줄을 짙게 그었던 건, 그동안 아무도 내게 해주지 않았던 말이기 때문이다. 참는 게 옳다고, 침묵하는 행동이 더 위대하다고, 섣부른 말들은 타인에게 상처가 된다고, 곧 후회할 거라는 말만 지긋지긋하게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분명히 밝혔을 때, 타격은 크지 않았다. 언젠가 멀어졌을 사람과의 인연이 조금 일찍 끝났을 뿐.
솔직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일, 내 생각을 말하는 일. 그런대로 하고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얼마 전 심중에 깊이 숨어 있던 말들이 나를 괴롭혔다. 과한 책임감, 나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말들. 그동안 부정했던 사고들을 찬찬히 훑어보니,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살았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
2년 전 책을 쓰며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라는 문장을 인용했다. 타인의 진심에 매달리지 말자고 독자에게 권했으나, 나는 누군가의 진심을 혹여 보지 못했을까 봐 내 진심을 모른 체했다. 침묵하는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고, 나와의 관계보다 더 소중한 관계는 없다. 올여름, 나는 나를 더 잘 돌보기 위해 침묵하지 않는 편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