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일본 수도 도쿄에서 사상 두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열린다. 소녀상 제작자인 김운경·김서경 작가가 2015년 1, 2월 도쿄 네리마구 후루토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연 지 6년 만이다. 일본 전체로는 2019년 8월 나고야에서 열린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됐던 소녀상이 우익의 거센 항의로 3일 만에 전시가 중단된 후 2년 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 추진위원회 측은 25일경부터 약 10일간 도쿄 신주쿠구 한 미술관에서 소녀상을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도쿄 전시 후 나고야(다음 달 6∼11일), 오사카(8월 예정) 등 주요 대도시에서도 전시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원회 측은 2년 전 나고야 전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도쿄 전시 역시 우익의 방해로 준비 작업이 순탄치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 2월에 도쿄 전시를 계획했지만 우익의 협박과 항의가 있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이달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고야 때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경우 전시 후 중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시 장소, 일정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도쿄 전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서경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도쿄 전시회에 참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소녀상을 제작한 지 10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린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작품 속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가 일본 사회에 널리 전파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년 전 나고야 전시를 주관한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48) 당시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 감독 역시 기자에게 “우익 세력이 전쟁 역사를 피하지 말고 마주 봐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건전한 민주주의 국가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소녀상 전시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특파원 bsism@donga.com